오늘의 후기는 쌀통이 아니라 쌀 소분 용기예요. 이사 오고 나서 부엌 수납을 싹 정리하다가 산 건데, 아직도 잘한 선택인지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그 얘기를 좀 해보려고요.
시작은 단순했어요. 20킬로짜리 쌀포대를 그대로 베란다에 두고 계량컵으로 퍼 쓰다가, 밥할 때마다 봉지 입구를 씨름하듯 여미는 게 지겨워졌거든요. 아이들 저녁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쌀 하나 꺼내는 데 시간을 쓰는 게 억울하더라고요. 그래서 큰맘 먹고 사각 소분 용기 세트를 하나 들였습니다.
받고 나서 처음 며칠은 진짜 편했어요. 뚜껑 열고 계량 스푼으로 톡톡 떠서 붓기만 하면 되니까, 밥솥 앞에 서 있는 시간이 확 줄었죠. 쌀알이 사르르 흘러 들어가는 소리도 은근히 좋았고, 이게 이 맛이지 ♡ 싶었달까요.
근데 며칠 쓰다 보니 아쉬운 점도 하나둘 보이더라고요. 일단 뚜껑 밀폐가 생각보다 헐거워요. 여름 장마철엔 쌀벌레 걱정에 잠이 안 오는데, 완전 밀폐라던 설명이랑은 좀 다른 느낌이었어요. 저는 그냥 제습제를 하나 더 넣는 걸로 타협했습니다.
그리고 용량이 애매해요. 4인 가족이 일주일 먹을 양을 딱 맞춰서 넣으면 좋겠는데, 한 칸에 다 안 들어가서 결국 두 칸에 나눠 채우는 날이 많아졌어요. 막내는 밥을 많이 안 먹는데도 식구가 넷이다 보니 늘 애매하게 남거나 모자라죠.
이 얘기하다 보니 갑자기 딴 얘기가 생각나는데, 저번 주에 배달 앱으로 저녁을 시키려다가 배달비 보고 조용히 앱을 껐어요. 국밥 두 그릇에 배달비가 거의 반값이더라고요. 그날은 결국 냉장고 파먹기로 때웠는데, 이럴 때 보면 쌀만큼은 집에 넉넉히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요.
다시 용기 얘기로 돌아오면, 그래도 재구매 의사는 있어요. 눈금이 새겨져 있어서 얼마나 남았는지 한눈에 보이는 건 확실히 편하거든요. 예전엔 포대를 들어보고 무게로 가늠했는데 이제는 그냥 눈으로 보면 되니까요.
가격은 마트에서 살 때보다 온라인이 조금 더 저렴했어요. 세일 기간에 사서 하나에 만 얼마 정도였던 것 같은데, 정가로 샀으면 살짝 망설였을 가격이긴 해요. 아이들 간식값도 만만치 않은 요즘이라 이런 데서 몇천 원씩 아끼는 게 습관이 됐네요.
세척도 은근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에요. 모서리가 각져 있어서 스펀지가 잘 안 들어가는 칸이 있거든요. 처음엔 그냥 대충 헹구고 말았는데, 어느 날 뚜껑 안쪽에 뿌옇게 낀 게 보여서 그날은 작정하고 솔로 구석구석 문질렀어요. 이후로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꼭 통째로 씻어서 햇볕에 말리는 걸로 습관을 바꿨습니다. 아이들은 그 옆에서 물장난이나 안 치면 다행이고요, 막내는 물이 튄다고 자기도 씻겠다고 나섰다가 결국 저만 더 바빠진 날도 있었네요.
밀폐력은 여전히 아쉽고, 용량도 매번 애매하게 남아요. 그래도 매일 아침 쌀 꺼내는 그 짧은 순간 하나는 확실히 편해졌어요. 다음엔 좀 더 큰 사이즈로 하나 더 들여볼까, 그냥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