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이 다가오는데 딱히 손이 가는 메뉴가 안 떠오르는 날이 있어요. 오늘이 딱 그랬어요. 냉장고 문을 몇 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도 결정을 못 내리고 있었죠.
그러다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어요. 베란다 창문을 열어둔 게 생각나서 손에 들고 있던 행주도 내려놓고 뛰어갔어요. 창틀이 흠뻑 젖어 있는 걸 닦아내는 사이 저녁 메뉴 고민은 잠깐 뒷전으로 밀려났죠.
창문 닫고 다시 부엌으로 돌아왔는데, 그제야 눈에 들어온 게 참치 캔이었어요. 예전에 자취할 때도 급할 때마다 꺼내 먹던 조합이라 손이 먼저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비 오는 날 저녁에 어울리는 메뉴인가 싶으면서도 일단 해보기로 했어요.
아이들 저녁까지 챙겨야 하는 날이라 손이 많이 가는 메뉴는 부담스러웠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캔참치 덮밥은 딱 이런 날 하기 좋은 선택이었죠.
냉장고랑 마트를 오가며 챙긴 것들
냉장고부터 열어봤어요. 참치캔이랑 밥은 있는데 나머지는 애매해서 결국 우산을 챙겨 들고 마트로 나섰죠.
비가 그친 지 얼마 안 됐는지 마트 입구 바닥이 아직 젖어 있었어요. 우산꽂이 앞에 물이 흥건히 고여 있는 걸 보면서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갔죠. 채소 코너로 가서 청양고추부터 골랐는데, 매운 정도가 다 제각각이라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고 나서야 겨우 골랐어요.
마늘 코너 앞에서는 다진 마늘이랑 통마늘 사이에서 잠깐 고민했어요. 급할 때 바로 쓸 수 있는 쪽이 나을 것 같아서 결국 다진 걸로 집어 들었는데, 그러면서도 옆 칸에 쌓인 대파를 보고 저도 모르게 손이 갔죠.
참기름이랑 통깨도 떨어져 가던 참이라 같이 담았어요. 카트가 점점 무거워지는 걸 느끼면서도 이왕 나온 김에 이것저것 더 담고 싶어지는 마음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계산대 줄이 평소보다 길었어요. 비 그친 틈을 타서 다들 장을 보러 나온 건지 카트마다 그득했죠. 그 틈에 서서 오늘 저녁은 그래도 손이 덜 가는 메뉴라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우산을 접으면서 나오는데 비 그친 뒤 특유의 흙냄새가 훅 끼쳤고, 주차장까지 걸어가는 짧은 사이에도 물웅덩이를 몇 번이나 피해 다녔는지 몰라요.
집에 돌아와서 산 것들을 하나씩 꺼내 늘어놓았어요. 봉지를 풀어헤치는 소리에 식구들이 먼저 달려와서 뭘 사 왔는지 들여다봤죠. 오늘 쓴 재료는 이렇게 정리했어요.
- 캔참치 1캔(135g)
- 청양고추 1개
- 밥 1공기
- 양념·소스: 진간장, 맛소금, 후추, 다진 마늘, 참기름, 통깨 (정확한 비율은 원문 레시피에)
청양고추 다지면서 이런저런 생각
참치캔부터 땄어요. 뚜껑을 젖히는 순간 탁 소리가 나면서 기름 냄새가 훅 올라왔어요. 기름을 다 따라내지 않고 살짝 남겨두는 게 나중에 밥이랑 비볐을 때 퍽퍽하지 않게 해주는 요령이라 그대로 뒀죠.
청양고추를 도마에 올리고 잘게 다지기 시작했어요. 칼끝이 도마에 부딪히는 소리가 이어지는 동안 알싸한 향이 코끝을 스쳤죠. 씨를 얼마나 남길지 잠깐 고민하다가 매운맛 조절을 생각해서 반은 씨를 털어내고 반은 그대로 뒀어요.
다지는 동안 문득 오늘 장보기 생각이 났어요. 원래 청양고추 하나 사러 나간 거였는데 정신 차려보니 봉지가 한가득이더라고요. 이런 날이 한두 번이 아닌데 매번 똑같이 반복하는 저를 보면서 혼자 웃었어요 ㅎㅎ.
다진 마늘이랑 후추, 간장을 그릇에 덜어두고 순서대로 늘어놓았어요. 재료를 미리 늘어놓는 습관은 예전 자취할 때부터 몸에 밴 거라 지금도 안 하면 손이 허전해요. 조리대 위가 그릇으로 하나둘 채워지는 걸 보면 뭔가 준비가 끝나 간다는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통깨는 병째로 흔들어서 미리 덜어뒀어요. 밥은 뜸이 잘 든 걸로 한 그릇 퍼서 옆에 놔뒀는데, 김이 올라오는 걸 보니 벌써부터 배가 고파지더라고요. 도마며 그릇이 하나둘 늘어서는 걸 보면서 이제 남은 건 섞는 일뿐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어요.
비비기 직전까지의 장면들
참치 캔 안에 간장이랑 다진 마늘, 다진 청양고추를 그대로 넣었어요. 숟가락으로 가볍게 뒤섞는데 냄새부터 확 달라지더라고요. 비린 냄새가 슬며시 가시고 알싸하고 고소한 냄새가 그 자리를 채웠어요.
참기름을 두르는 순간 고소한 냄새가 확 퍼졌어요. 통깨를 톡톡 뿌리고 다시 한번 섞으니 알알이 반짝이는 게 눈에 띄었죠. 이 냄새가 퍼지자 거실에 있던 막내가 슬금슬금 부엌 쪽으로 다가왔어요.
양념 비율을 정확히 재고 하는 편은 아니라서 매번 간을 보면서 감으로 조절하는데, 이번엔 그것도 좀 부담스러워서 참고했던 원문 레시피에 정확한 양념 비율이 나와 있어서 그쪽을 슬쩍 다시 확인했어요.
밥을 그릇에 담고 양념한 참치를 통째로 올렸어요. 숟가락으로 촵촵 비비는 소리가 나기 시작하니까 아이들이 식탁 앞에 하나둘 모여들었죠.
비비다 보니 색이 골고루 배는 게 눈으로도 보였어요. 그 모습 보면서 저 혼자 ‘이 맛이지 ♡’ 하고 중얼거렸네요.
다 먹고 나서 든 생각
한 입 먹었는데 짭짤하고 매콤한 맛이 딱 좋았어요. 아이들도 맵다는 말 없이 잘 먹어서 다행이었죠. 완성!! 이라고 속으로 외치고 싶을 만큼 만족스러운 한 끼였어요.
다만 솔직히 말하면 재료는 단출한데 다지고 섞는 그릇이 은근히 늘어나서 설거지거리가 생각보다 많았어요. 도마 하나, 그릇 두어 개, 참치캔까지 개수대에 쌓인 걸 보면 살짝 한숨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에요. 손질까지 합치면 시간도 뚝딱 끝나는 건 아니더라고요. 다 먹고 난 후에 영양 정보가 궁금해져서 한번 찾아봤어요. 정리하면 이렇더라고요.
| 칼로리 | 681 kcal |
|---|---|
| 탄수화물 | 73.2 g |
| 단백질 | 33.6 g |
| 지방 | 26.3 g |
| 당류 | 1.2 g |
| 나트륨 | 1518 mg |
| 재료비 | 약 3,214원 (1인분 전체) |
| 사 먹으면 | 약 10,000원 |
이 조합이 비 오는 날 저녁에 정말 어울리는 메뉴였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다들 이런 날엔 뭘 해 드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