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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간장을 두 번 넣은 날, 국이 냄비 가득 불어났어요

동네 마트에 잠깐 다녀오겠다고 나간 날은 왜 꼭 귀가가 늦어지는지 모르겠어요. 두부 하나만 집어 오려던 장바구니가 묵직해질 즈음엔 저녁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고, 세 아이가 기다리는 집까지 걸음만 빨라졌답니다. 계산대에서는 장바구니 손잡이가 손바닥을 꾹 누르는데도 하나 빼놓은 게 있는 것 같아 자꾸 뒤를 돌아봤어요. 아파트 엘리베이터 문에 비친 제 모습은 양손 가득 장을 봐 놓고 저녁 메뉴는 아직 못 정한 사람 그 자체였어요.

집에 들어서자마자 밥솥부터 눌렀어요. 반찬을 여러 가지 꺼낼 마음은 진작 사라졌고, 냉장고에 있던 채소를 넣어 국 하나 끓이면 어떻게든 식탁이 되겠다 싶었죠. 손은 빨라졌는데 왜 자꾸 같은 서랍만 두 번씩 열었는지 몰라요.

국간장을 한 숟갈 넣은 순간 막내가 물을 찾았어요. 컵에 물을 따라 주고 장바구니 하나를 식탁 아래로 옮긴 뒤 다시 냄비 앞에 섰는데, 제가 간을 했는지 안 했는지가 통째로 사라진 거 있죠?! 망설이다가 한 숟갈을 또 넣었습니다.

한입 떠먹자마자 혀가 먼저 알아챘어요. 짜요. 아주 대놓고 짠맛이라 물을 퐁당 붓고, 그래도 불안해서 한 번 더 부었더니 평범한 저녁 국이 큰 냄비 가득 불어나 버렸답니다. 국자로 바닥을 저어 보는데 냄비 손잡이부터 벌써 묵직했어요.

물을 더 넣었으니 잠깐 끓이면 되겠지 하고 불을 올려 둔 채 장본 것을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고 봉지를 접다 보니 얼마 전 국 끓이면서 딴짓하다 냄비를 태울 뻔한 일이 퍼뜩 생각났어요. 그날은 구수한 냄새가 아니라 뭔가 마른 냄새가 솔솔 올라와서 주방으로 뛰었는데, 오늘도 똑같이 할 뻔했죠.

이번에는 얼른 냄비 앞으로 돌아왔어요. 가장자리가 보글보글 넘치려는 걸 보고 불부터 줄였습니다. 냄비는 살렸어요. 주걱으로 저을 때마다 국물은 끝도 없이 돌고, 평소에도 가족 수 때문에 작은 냄비를 잘 안 쓰는데 오늘 것은 급식실 국통처럼 보일 정도였어요.

아이들 기준으로 끓인 국이라 매운 양념으로 덮을 수도 없었어요. 결국 채소를 조금 더 넣고 또 끓였더니 맛은 겨우 얌전해졌지만, 양은 더 당당해졌답니다.

사실 마트에 가기 전 민음사 모카번(우유크림)이 GS25 8월 신상품 목록에 3,700원으로 올라온 걸 봤어요. 돌아오는 길에 우유크림 든 빵 하나 사서 식후에 나눠 먹을까 잠깐 고민했는데, 집에 늦게 들어가는 게 마음에 걸려 그냥 지나쳤죠. 단것을 두고 온 게 조금 아쉬웠습니다. 그때는 제가 집에서 국을 한 냄비 반쯤 만들어 낼 줄 몰랐고요.

식탁에 국을 올리니 배가 고팠는지 다들 생각보다 잘 먹었어요. 막내가 오늘 국은 왜 이렇게 많으냐고 물어서 물을 너무 사랑한 국이라고 했더니 고개만 갸웃하더라고요. 두 번 넣은 국간장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간을 보고 다음 양념을 넣는데, 늦었다는 생각에 손이 먼저 움직였어요. 저녁을 빨리 차리려다가 내일 아침 국까지 미리 끓인 사람이 됐네요 ㅎ

설거지를 마치고 남은 국을 담으려니 알맞은 통이 없었어요. 결국 큰 냄비째 식혀 넣기로 하고 냉장고 아래 칸을 비웠더니, 낮에 먹다 남은 반찬 통이 뒤에서 또 나왔어요. 그건 내일 생각할래요. 오늘은 냄비가 들어갈 자리부터 만들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