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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잔 날, 편의점 도시락으로 때운 아침

오늘은 알람을 못 듣고 늦잠을 잤어요. 눈을 떴는데 이미 등교 시간이 코앞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죠. 아이들 깨우고 가방 챙기고 옷 입히느라 발만 동동거리다 보니 아침은 그냥 건너뛰게 됐어요. 막내는 그 와중에도 밥 안 먹었다고 투정을 부렸지만, 오늘만큼은 저도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평소 같으면 계란이라도 하나 부쳐서 먹였을 텐데, 오늘은 그럴 여유가 아예 없었죠. 현관에서 신발 신기다가 한 명은 양말이 짝짝이인 것도 나중에야 알았어요. 그거 알아챈 순간 웃음이 났는데, 정작 애 본인은 신경도 안 쓰더라고요 ㅎㅎ. 아무튼 셋 다 그렇게 정신없이 등원, 등교시키고 나니 그제야 집이 조용해졌어요.

애들 보내고 나서야 저도 배가 고프다는 걸 깨달았어요. 냉장고를 열어봤는데 뭘 해먹을 기운도 시간도 없더라고요. 반찬통을 몇 개 꺼내보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그냥 다시 닫았어요. 결국 대충 옷만 걸치고 동네 편의점으로 나갔어요. 이럴 때 제일 만만한 게 편의점이더라고요 ㅎㅎ.

아파트 단지 앞 편의점까지 걸어가는 그 짧은 거리도 오늘따라 유독 멀게 느껴졌어요. 아침부터 너무 서둘렀더니 다리에 힘이 잘 안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문 열고 들어가니 에어컨 바람이 시원해서 조금 살 것 같았어요.

들어가자마자 도시락 코너부터 봤는데 이번 주에 새로 나온 게 눈에 띄었어요. 세븐일레븐 마늘불고기&함박 도시락, 마늘불고기랑 함박이 한 판에 같이 들어있는 구성이었는데 5,200원이면 아침 거른 배를 채우기엔 나쁘지 않았죠. 다른 도시락들이랑 잠깐 저울질하다가 그냥 이걸로 집었어요.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동안 괜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어요.

편의점 창가 자리에 앉아서 먹었는데, 마늘불고기 쪽이 생각보다 양념이 진해서 좋았어요. 함박은 무난한 편이었고요. 아무튼 아침도 거른 마당에 이 정도면 충분히 든든했죠.

먹으면서 딴생각을 좀 했어요. 저녁엔 또 뭘 해줘야 하나. 이번 주 내내 반찬이 겹치는 것 같아서 슬슬 머리가 아팠거든요. 그러다 갑자기 어제 본 일기예보 생각이 났어요. 이번 주말에 비가 온다던데 장은 언제 봐야 하나 하는 딴 걱정으로 새버렸죠. 비 오는 날 대형마트 가는 거 진짜 싫은데, 그렇다고 미리 다 사두자니 냉장고 자리도 마땅치 않고요.

점심 먹고 나오는 길에 다른 편의점 냉장고에서 부추겉절이를 얹은 비빔밥도 봤어요. CU 부추겉절이 비빔밥, 4,900원이던데 다음에 한번 먹어볼까 하고 그냥 지나쳤어요 :). 매번 이것저것 다 사 먹을 순 없으니까요. 그래도 부추겉절이라는 말에 살짝 끌리긴 하더라고요.

집에 돌아와서는 낮잠이라도 자고 싶었는데 그럴 팔자는 또 아니었죠. 밀린 빨래 개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하다 보니 어느새 오후가 다 갔어요. 중간에 커피 한 잔 타서 마신 게 오늘 유일한 여유였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머릿속으로는 계속 이번 주말 대형마트 장보기 목록을 정리하고 있었어요.

평일엔 그냥 동네 마트에서 그때그때 필요한 것만 사는 편이라 냉장고가 늘 애매하게 비어 있어요. 두부 하나, 계란 한 판 정도로 버티다가 주말에 대형마트 가서 몰아서 채워 넣는 식이죠. 이번 주말엔 비 소식까지 있으니 우산 챙겨서 가야 하나 하는 시답잖은 고민도 잠깐 했어요.

빨래 다 개고 나서는 청소기를 한 바퀴 돌렸어요. 거실 소파 밑에서 애들 장난감 조각이 몇 개 나왔는데, 이게 대체 언제 굴러들어간 건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 거 하나씩 주울 때마다 이 집이 정말 세 아이가 사는 집이라는 게 실감이 나요.

저녁엔 그래도 집에서 된장국을 끓였어요. 뚝배기에 된장 풀고 야채 썰어 넣으니 보글보글 끓는 냄새가 집 안에 퍼지더라고요. 아이들 먹을 건 고춧가루를 아예 빼고 따로 덜어놨어요. 매운 거 잘 못 먹는 애들이라 이 정도는 이제 습관이 됐어요. 나머지 반찬은 냉장고에 있던 걸로 대충 꺼내서 상만 차렸어요.

멸치볶음이랑 김치, 계란말이 정도로 상을 채웠는데 계란말이는 말다가 한쪽이 살짝 터졌어요. 모양은 별로였지만 맛은 그럭저럭 괜찮았어요. 이런 날은 반찬 가짓수보다 그냥 뜨끈한 국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싶더라고요.

국이랑 반찬 몇 개 놓고 다 같이 앉으니 그제야 하루가 좀 정리되는 느낌이었어요. 이 맛이지 ♡ 하면서 한 숟갈 뜨는데 막내가 또 국이 뜨겁다고 칭얼댔죠. 완성!! 하고 뿌듯해할 새도 없이 저는 다시 부엌으로 갔어요.

설거지거리를 개수대에 몰아넣고 보니 냄비 밑바닥에 눌어붙은 자국이 유독 안 지워지더라고요. 수세미로 한참을 문질렀는데 그것도 잘 안 벗겨졌어요.